유정범 부릉 대표 "차등의결권, 창업자 경영권 보호위해 반드시 필요" > 질문답변

우호지분 확보로 경영권 안정시키니 기업가치 2배 상승"차등의결권 없는 국내 창업환경, 회사 키울수록 빼앗기는 형국"유정범 메쉬코리아(부릉) 대표가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뉴스1(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배달·물류서비스 '부릉'의 운영사 메쉬코리아는 최근 GS홈쇼핑, 한세실업, 우리기술투자 등을 새로운 주주로 맞았다. 이들은 창업자이자 메쉬코리아 대표인 유정범 부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돼 유 대표의 경영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메쉬코리아는 경영권 우호지분 확보를 계기로 추가 유상증자와 이후 '프리IPO'(상장전단계)까지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한때 경영권 분쟁이 있었던 메쉬코리아가 우호지분 확보로 경영 안정을 이루면서 기업가치도 2배가량 상승했다는 평가가 나왔다.◇"우호지분으로 경영권 안정시키니 기업가치 2배"메쉬코리아는 지난해 256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가 통합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300여개 기업과 4만2000개 중소형 상점이다. 배송기사 6만6000여명(등록기준), '플필먼트센터' 등 전국 450여개 거점 기반 물류망을 토대로 실시간 배송과 전담배송, 새벽배송, 당일배송을 제공한다. 유 대표는 지난 2013년 창업 이후 '회사가 잘 되는 방향'이라고 믿고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물류·배달 서비스 특성상 초기 자본이 많이 필요하기도 했다. 부릉 서비스의 혁신 가능성과 사업성을 알아본 '큰 손'들도 줄줄이 대규모 투자를 했다. 네이버가 이 회사 지분 20%를 확보한데 이어 현대자동차(9.93%), 휴맥스(9.67%) 등이 메쉬코리아의 지분을 앞다퉈 사갔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지분을 확보한 일부 주주가 경영권에 눈독을 들이기 전까지는 말이다. 유 대표는 "어느덧 창업자 지분은 '경영권'을 방어하기엔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면서 "회사를 키우고 운영하기 위해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지분이 희석돼 버렸고, 투자자가 경영권을 흔들기 시작하자 대응할 방법이 상당히 막막했다"고 돌아봤다. 2020년말 감사보고서 기준 유 대표와 공동창업자 임원 3인의 지분은 26.32%다. 주요주주 중 하나였던 휴맥스는 '임원지명권'을 발동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휴맥스 측 인사를 앉혔다. 그리고 이 임원은 이사회를 통해 유 대표가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는데 부적합하다며 해임을 요구했다. 희석된 지분으로는 유 대표의 경영권을 방어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메쉬코리아는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유치 활동을 벌였고, GS홈쇼핑과 한세실업, 우리기술투자가 휴맥스와 특수관계인의 지분 25%를 인수해 우호지분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강대준 메쉬코리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휴맥스는 투자비용 대비 높은 수익을 내며 성공적으로 자금회수를 했고 메쉬코리아는 우호지분을 확보하면서 안정적인 경영과 함께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거둘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메쉬코리아의 유상증자 주관사 삼일회계법인은 투자자들에게 배포한 '투자제안서'에서 메쉬코리아의 기업가치를 종전 4000억원에서 2배 상승한 8000억원 이상으로 산정했다. 강 부사장은 "2배로 가치가 뛰었지만, 구주 인수나 신주 인수를 바라는 투자자는 오히려 더 늘었다"면서 "유상증자 이후 프리IPO까지 진행하면서 3년내 상장도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차등의결권 없는 국내 창업환경, 회사 키울수록 빼앗기는 형국"메쉬코리아는 우호지분 확보라는 방법으로 창업자의 경영권을 '자력'으로 지킨 케이스다. GS홈쇼핑 등 새 투자자들은 경영권에 관여하지 않는 '전략적투자자'(SI)로 남고 의결권을 유 대표에게 일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많지 않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서비스로 창업을 하더라도, 창업자의 전재산과 삶을 모두 쏟아붓고 외부 투자까지 받지 않으면 사업을 영위하기가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들은 지분이 희석되며 경영권에 상당한 위협을 받게 된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마켓컬리나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 여행숙박플랫폼업체 야놀자, 인터넷전문은행과 증권사까지 거느린 종합금융기업으로 성장한 토스(비바리퍼블리카)까지 국내 내로라 하는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신생벤처기업) 창업자들의 고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쿠팡이 한국거래소가 아닌 뉴욕거래소에 직상장한 이유도 이 부분이 크다.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은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이후 50%가 넘는 '의결권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미국이 인정하는 '차등의결권'에 따라 쿠팡의 지분은 1주당 의결권 1개를 갖는 클래스A와 의결권 29배를 갖는 클래스B로 나뉘는데, 김 의장의 지분 2%가 모두 클래스B로 인정을 받은 덕이다. 미국의 구글·에어비앤비 등도 상장시 1주당 10~20배의 차등의결권을 확보해 창업자가 경영권을 보장받았다. 유 대표는 "이번에 확보한 우호지분 주주들은 동반 사업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전략적 투자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단순 주주 교체가 아닌, 분쟁지분이 우호지분으로 교체됐다는 잔존 리스크의 제거와 함께 사업적 시너지를 통한 가치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라고 강조했다.그는 "현재 정부와 국회에서 차등의결권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데, 보다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국내 혁신기업 창업가들은 이 순간에도 혁신의 '열매'를 공유하기는 커녕 대자본에 경영권을 수시로 위협받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가들은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이같은 '토종 유니콘'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우호지분 연결과 공동 의결권 약정 등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거래소의 유니콘 국내 상장 지원의지 등은 굉장히 반가운 신호다. 우리를 포함한 현재 스타트업들이 당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유니콘들의 '성장가능성'을 인정받아 상장할 수 있는 지원책이 있으면 좋겠다"면서 "특히 IT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경우 기술의 미래 경쟁력에 대한 가중치를 부여해 심사해 줬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고 덧붙였다.물류 브랜드 ‘부릉(VROONG)’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유정범 대표가 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도심형 물류센터 1호점 오픈식에서 배달하는 직원들을 배웅하고 있다. 2021.4.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esther@news1.kr▶ 네이버 메인에서 [뉴스1] 구독하기!▶뉴스1&BBC 한글 뉴스 ▶뉴스1 공채12기 수습기자 모집©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