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모드’ 연기하는 배우 박정자 “꽤 먼 나이일 줄 알았던 80세가 어느덧 와 있네요.”[플랫] > 질문답변

[경향신문] “80세가 꽤 먼 나이일 줄 알았는데, 어느덧 이 자리에 와 있네요. 사뿐하게, 가볍게 끝내고 싶어요. 약속한 이 나이까지 올 수 있어서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감사할 뿐입니다.”내년이면 데뷔 60주년을 맞는 배우 박정자(80)가 연극 <해럴드 앤 모드>에서 자신의 마지막 ‘모드’ 연기를 선보인다. 1987년 한국 초연돼 총 일곱 차례 공연된 이 작품에서 박정자는 초연을 제외하고 총 여섯 차례 여든살의 주인공 ‘모드’로 분해 무대에 올랐다. 박정자의 시그니처 연극인 셈인데, 박정자는 2003년 첫 출연 당시 “여든살까지 이 작품을 공연하고 싶다. 그리고 80세가 되는 날 나 역시 모드처럼 끝낼 수 있다면 아름다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배우 박정자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페이지 명동에서 열린 80세의 박정자가 선사하는 ‘19 그리고 80’ 연극 ‘해롤드와 모드’ 기자간담회에서 웃고 있다. 연합뉴스연극은 자살을 꿈꾸는 19세 소년 해롤드가 80세 노인 모드를 만나면서 진정한 삶과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이야기다. 청년과 노인의 사랑이라는 이 파격적인 소재의 작품은 작가 콜린 히긴스의 시나리오로 미국에서 영화(1971년)로 먼저 제작됐고, 이후 히긴스에 의해 연극(1973년)으로도 만들어져 세계 각지에서 공연됐다.극중 모드와 같은 나이, 오래 전 공언대로 다시 모드를 연기하는 박정자는 22일 서울 중구 ‘페이지 명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드는 제 삶의 롤 모델이기도 했다”며 마지막 공연에 임하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모드는 영혼부터 자유로운 무공해의 사람”이라며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80세 생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용기까지도 부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순간 살아있음을 해롤드에게 보여주는 모드를 연기하면서, 나도 매일 새로운 것을 해보자는 다짐도 하고 배우기도 했다”고 했다.배우 박정자(왼쪽)와 연출을 맡은 윤석화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페이지 명동에서 열린 80세의 박정자가 선사하는 ‘19 그리고 80’ 연극 ‘해롤드와 모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60여년의 세월을 끊임없이 연기해온 원로 배우는 무대에 대한 깊은 애정도 드러냈다. 박정자는 “이번 무대가 그간 여섯 번 해온 무대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자신은 못하지만, 감사하니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관객들과 어떻게 만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연극은 관객이 언제나 우선순위, 0순위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엔 온라인으로 공연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것처럼 끔찍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연극은 그냥 아날로그인 채로 (가야 한다), 연극이 디지털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2003년 박정자의 첫 공연 당시 제작자로 참여했던 배우 윤석화가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았다. 윤석화는 “박정자 선생님이 10년 전 80세의 마지막 공연 연출을 네가 맡으라고 하셨는데, 그 때는 까마득했던 일이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렇게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자라는 배우가 맨 처음 모드를 연기했던 첫 느낌으로, 첫사랑으로 회기하길 바라면서 연습을 시작했는데, 그 마음을 알아준 것처럼 선생님은 어느새 2003년의 모드 모습으로 돌아가 계셨다”고 전했다. 윤석화는 “배우들의 연기가 오롯이 보일 수 있는 무대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모드의 상대역인 19세 해롤드 역에는 연극계 유망주인 임준혁, 오승훈이 캐스팅됐다. 그간 해롤드 역에는 배우 이종혁, 윤태웅, 김영민, 강하늘 등이 열연해 왔다. 박정자가 마지막으로 연기하는 <해롤드와 모드>는 5월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대치동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공연한다.● 선명수 기자 sms@khan.kr염혜란은 수더분하고 순둥이 같은 얼굴을 보이다가도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경계심 어린 얼굴로 돌변하면서 장면의 온도를 순식간에 바꾼다.https://t.co/CjjkBhTiPg— 플랫 (@flatflat38) February 22, 2021 플랫팀 twitter.com/flatflat38▶ [인터랙티브] 여성, 외치다▶ 경향신문 바로가기▶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